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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평훈 (전남도교육청 행정국장)

기사입력 2020.01.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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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저널=윤창훈 기자]

    김평훈 전라남도교육청 행정국장.jpg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공명조’는 머리가 두 개, 몸은 하나인 불교 경전 속 전설의 새이다.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의 주인공이다.
     
    결국 공명조는 서로 힘을 합쳐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공동체’인 것이다. 교수들은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됨을 모르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어 이 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공리주의는 이와 같은 개인주의, 극단주의의 폐단을 경계하며 전체의 이익을 중요시한다. 공리주의의 대표적 주창자인 벤담(Jeremy Bentham)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슬로건으로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공리주의는 모두의 쾌락을 좋아하고, 고통을 싫어한다. 예컨대,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개인에게 쾌락을 줄지는 몰라도 타인을 불쾌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쾌락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공리주의는 사회적 쾌락을 절대화된 수치보다는 상대적 개념으로 측정한다. 즉, 100만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1만원을 나눠주면 1%의 쾌락이 만들어지지만, 그것을 1만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주면 쾌락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분배할 재화가 생겼을 때 약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사회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존중하는 복지의 개념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복지는 어느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지향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복지의 기본 개념이다. 이와 관련, 20세기의 칸트로 불리는 존 롤스(John Rawls)는 민주사회에서는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의 원리를 적용하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면 차등조정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등조정의 원리란 사회잉여 이익을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공정기준을 말한다.
     
    교육 분야에서의 공정사회 기준 역시 바로 이 차등조정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 균등한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평등이 존재할 경우에는 차등원리를 적용해 가장 불우한 최소의 사람들에게 최대의 편익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정의로운 이중 잣대’이다. 교육복지의 주요 대상학생인 저소득층, 장애아, 다문화가족, 농어촌 학생 등을 강남의 학생들과 동일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준다고 공정이라 말할 수 없으며, 이는 또한 진정한 의미의 ‘정의(正義)’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의는 곧 사회적 합의이며,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의란 일상생활에서의 좋은 삶, 선(善)과 합치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공리주의, 사회정의, 공정사회의 개념은 법륜 스님의 행복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법륜 스님은 “어떤 삶을 살고 있더라도 당신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러나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는 마라.”고 말한다. 나도 좋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게 스님이 주창하는 행복론이요, 사회정의인 것이다.
     
    민선3기 ‘모두가 소중한 혁신전남교육’이 이루려는 가치도 이런 것이 다. 전남교육은 경쟁 대신 협력과 공존을 중시하며,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의 행복을 추구한다. 모든 학생은 출발부터 공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기초학력 책임제를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고교 전학년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무상교복, 에듀택시 등 보편적 교육복지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바로 전남교육이 추구하는 정의(正義)이며, 이루고자 하는 행복이자, 도달하려는 최고의 선(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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