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간 '강대 강' 대치가 일단 숨고르기 국면으로
[전남저널 =윤창훈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늘(9일)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과 관련해 "중단한 것은 아니고 조금 더 검토할 사항이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대치가 일단 숨고르기 국면으로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확전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달 말까지 경제 갈등을 키울 수 있는 요소도 남아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은 오는 28일부터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 이 날을 기준으로 기존 일반포괄허가는 효력을 상실하고 특별일반포괄허가 효력만 유지된다.
일반포괄허가는 백색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3년 동안 개별 수출품목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내 기업은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자율준수프로그램(ICP) 인증받은 기업에서만 3년 단위 포괄허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일본은 기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 외에 ICP기업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제한하는 품목을 따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일본 내 ICP기업을 활용하면 지금처럼 큰 차질없이 일본산 전략물자 관련 제품 수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지난 7일자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당초 개별수출 허가 기한은 최대 90일이다. 이번 수출 허가는 신청한 지 30여일 만에 나온 것으로 예상보다 빨랐다.
이를 두고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종의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이미 제외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 아직은 칼자루를 일본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공세 수위를 조절하자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유보하며 속도 맞추기에 나섰다. 일본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무역제한 조치만 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확전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상응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한일 경제갈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전부터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한일관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경축사 메시지 수위에 따라 한일 관계의 향방을 파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일본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늘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이번 메시지 역시 광복절 이후에도 백색국가 배제 발효일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대화 창구를 닫지 않는 수준에서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동북아의 안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갖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